제주 올레길 10코스 화금순모래해수욕장 -> 하모체육공원
총 길이 : 17.5Km
소요시간 : 5~6시간
난이도 : 중
어느 덧 올레길 10코스다. 절반을 왔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하다. 숙소는 모슬포에 잡았다. 모슬포는 올레길 10코스의 종착점이다. 버스를 타고 가서 올레길 10코스를 완주하면 자연스럽게 숙소로 오게 된다. 어제 게스트 하우스 스텝과 이야기를 했다. 올레길 10코스는 역방향으로 가는게 더 멋지다는 조언을 해준다. 정방향은 산방산을 등지고 걷지만 역방향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했다. 정방향 역방향 모두 걸어봐야 비교를 하겠지만 믿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10코스는 역방향으로 걸어가서 시작점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어제보다는 날이 꽤 쌀쌀해졌다. 온도 보다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옷 속으로 파고 든다. 바람만 잘 막으면 좋은텐데 서울의 겨울을 생각하며 두꺼운 패딩점퍼를 가지고 온게 실수였다.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춥고 그렇다. 차라리 성능 좋은 바람막이를 가지고 오는게 나았다.
하모 해수욕장이 나온다. 겨울 아침 해변은 호젓한 느낌이 든다.
바람이 꽤 불지만 나쁘지 않다. 마치 힘내라고 등을 밀어주는 것 같다. 눈 앞에 넓은 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다를 등지고 벌판을 바라보며 걷는다. 해가 솟아오르며 하늘을 노랗게 물들인다. 제주의 아침은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아름답다.
글 솜씨가 모자라 잘 설명하기 어렵지만 걸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음이 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아직 '어린이'라 불릴 때 시골 할머니 댁 앞에 있는 밭을 갔었다. 넓은 밭과, 적당한 온도, 흙 냄새, 바람, 이 모든게 어우러져 감동 같은 걸 느꼈다. 얼마나 좋았는지 아직도 그 기분을 잊지 못하고 기억한다. 그런데 올레길을 걸으며 비슷한 기분을 자주 느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마스크를 썼다. 제주도는 바람 여자 돌이 많다고 했나. 적어도 바람이 많다는 걸 공감하지 못했는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오늘에서야 제대로 알았다.
한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넓운 초원이 나온다. 알뜨르 비행장이다. 탁 트인 풍경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하지만 이 비행장이 생긴 역사를 알고 나면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아픈 역사가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전적지이다. 일제시대에 모슬포는 일본의 중요한 군사도시였다. 모슬포를 거쳐 육지로, 중국으로, 일본으로 갈 수 있었다. 일본이 이 비행장을 건설할 때 제주도에서 동원된 인원만 15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강제 노역으로 만들어 낸 비행장인 것이다.
음. 이건 뭐지?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 한다.
멀리 비행기도 보인다.
그리고 이곳은 알드르비행장을 보호하기 위한 고사포 진지이다.
조금 더 걸어가면 섯알오름이 나온다. 길 중간에 작은 웅덩이가 나오는데 ‘예비검속’에 의한 양민학살터다. 예비검속이란 혐의자를 미리 잡아 놓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에 무고한 제주도민이 이 예비검속에 의해서 총살을 당하였다. 이곳에서 1950년 민간인을 학살 했다. 지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해 시신을 호 안으로 떨어지게 했다. 저 안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들어갔을까. 통곡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추모비 앞에서 잠시 그들을 달래 본다.
올레길을 만들때 옆의 해안도로로 이동하는 코스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일제 전적지를 가로지르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역사의 흐름 가운데 제주도에서 발생했던 이 가슴 아픈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또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 이 길을 낸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좁은 길을 지나가면..
동알오름이 나온다. 낮지만 바다를 배경삼아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오름이다.
한가롭게 식사를 하는 말도 보이고
슬슬 송악산을 올라 본다. 지금은 자연보호를 위해 당분간 입산이 금지 됐다. 올레길은 해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관없다.
송악산은 약 20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는 형제섬, 산방산, 가파도, 멀리 마라도 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절경을 볼 수 있다. 송악산 정상에서는 깊은 분화구도 볼 수 있다. (둘레 400m, 깊이 69m)
송악산 옆으로 바다를 보여 걷다 보면 기가막힌 해안 절벽이 나온다.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거대한 암벽이다. 이런 독특한 모양이 나온데는 이유가 있다. 약 180만 년 전 화산이 수중에서 폭발하면서 바다 속으로 올라온 바위가 바람과 파도에 깎이면서 층층 암벽으로 변했다. 순전히 자연의 힘만으로 경외감까지 드는 암벽 풍경을 만들었다.
가파도. 그리고 멀리 마라도가 보인다.
형제처럼 마주 하고 있는 섬이 형제섬이다. 그리고 뒤로 산방산이 보인다. 산방산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송악산 입구에는 식당과 까페가 많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세그웨이 같은 즐길거리도 마련되어 있다. 더 재밌게 제주도의 해안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산방산이 점점 가까워 온다.
산방산(395m)은 제주 서남쪽 서귀포시 안덕면 끝자락과 바다 사이에 장엄하게 솟은 산이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사냥꾼의 잘못 쏜 화살을 맞은 옥황상제가 화가 나서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져 버린 것이 이 산방산이다. 그리고 뽑인 자리는 백록담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산방산을 떼어 한라산에 꼽으면 마법같이 들어 맞을 것 같다.
어느 덧 산방산이 눈 앞에 우뚝 서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눈 앞에 가득 담기는 산을 보니 웅장한 병풍이 따로 없다. 산방산은 해발 395m의 거대한 종 모양의 용암으로 이루어 졌다.
산방산을 돌아 걷다 보니 어느덧 어제 버스를 타고 온 제주조각공원이다. 산방산 주변으로 예쁜 돌담길이 이어진다. 왜인지 사진을 안 찍으면서 걸었다. 아쉽다. 시간은 오후 1시. 다시 숙소로 돌아오기는 조금 아쉽다. 지도를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산방산탄산온천이 있다. 지금까지 쌓인 피로를 좀 풀고 싶었다.
산방산 탄산온천 (13,000원) 온천에 들러서 몸을 좀 녹여 본다.
제주는 화산섬이지만 의외로 온천이 적다. 제주의 마그마는 일본 보다 깊이 있어서 지하수를 데우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탄산온천이 있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온천과 제주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산방산탄산온천은 지하 600m 에서 온천수를 뽑아 올린다. 이 물을 야회 온천탕, 온천 수영장, 사우나, 찜질방에 공급한다.
온천을 하니 노곤한 몸이 개운해졌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와서 쉬었다.
관련글 : 올레길 전체 일정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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