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2코스 (고성리) -> 제주 올레길 3코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3일 째 날이 밝았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하면 광치기 해변이 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일출 명소다. 전날 만난 게스트 하우스 손님들과 함께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구름이 많이 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조금 기다리니 바다 위로 해가 솟는다. 예쁜 달걀 노른자다. 사진은 구리지만 실제로 보면 멋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 올 확률이 70%다. 5mm 정도로 강수량은 적다. 그냥 걷기로 했다. 하루 걸었지만 마음은 이미 올레꾼이다. 아침밥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사실 전날 죽을 먹고 걸었더니 하루종일 배가 고팠다. 그래서 다음 게스트하우스는 무조건 '밥'을 주는 곳을 예약했다.
유명한 '뱅디가름' 게스트 하우스 조식이다. 심지어 다 나오지 않았다! 다 찍은 사진이 없더라.
밥 사진 더 보고 싶으면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자. 꼭 보라.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며칠 더 있기로 했다. 우선 매일 새로운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하는게 번거로웠다. 매일 새로운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하면 하루의 종착지에서 바로 출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무거운 배낭을 매일 메고 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제주도는 버스노선이 비교적 잘 돼있다. 차라리 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겨 놓고 버스로 이동하는게 낫다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 많은 올레꾼들이 이 방법을 사용한다) 버스 이동시간을 고려 했을때 6~7코스가 있는 서귀포시 까지는 가능할 것 같았다.
어제에 이어서 2코스를 걷는다.
지금은 비수기라 올레꾼이 적다. 조용하게 걷고 싶었는데 아주 만족.
대수산봉 정상. 바다와 멀리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다. 이곳도 숨겨진 일출 명소다.
이런 풍경에서는 휴대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써줘야 한다.
조용한 길. 오름 앞,뒤로는 조용한 길이 많이 나온다. 여자 혼자 걷기 무섭다면 짝지어 이동하도록 하자.
제주 올레길 2코스에는 귤 밭이 많다. 귤 밭을 지나가니 누가 부른다. 귤 따고 있는 아저씨다. 귤 한봉지를 먹으라고 주신다. (가방에 귤 많은데) 그래도 감사하게 받았다.
좀 더 걸어가니 혼인지가 나온다.
혼인지는 탐라국 시조인 고,양,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찾아온 세 공주를 맞이하여 혼례를 올렸다는 전설이 있는 장소이다.
혼인지
재미있는 것은 신방을 땅속에 차렸다고 한다. 매우 궁금했지만.. 무서워서 내려가지 못했다.
혼인지 연못에 꽃이 피면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리본과 각종 표지판들이 길을 안내한다. 잘 보이는 곳에 있어서 왠만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잠깐 딴 생각을 하다보면 길을 잃을 때도 있다. 그럴때 주변에 표지판이 없으면 참 난감하다. 이럴 때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편하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은 GPS가 꽤나 정확하다. 나는 다음맵을 사용했다. 특히 지도에 올레길이 표시 돼서 내가 똑바로 가고 있는지 바로 확인이 된다.
이상하게 개를 보면 사진을 찍게 된다.
제주 해안 도로를 걷다 보면 환해장성을 쉽게 볼 수 있다.
환해장성. 제주특별자치도 해안선 300여리(약 120km)에 쌓여진 석성을 말한다. 1270년(고려 원종 11) 몽고와의 강화를 반대한 삼별초군이 진도에 들어가 용장성을 쌓아 대몽항쟁을 전개하였다. 삼별초군이 제주로 들어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고려 조정이 영암부사 김수와 고여림 장군을 보내어 쌓은 것이 그 시초이다
혼인지를 빠져 나와서 혼인지 마을에 도착하면 올레길 2코스가 끝이 난다.
이렇게 오래 걸어본게 얼마만인가. 군대 전역하고 이렇게 걸어본 적이 없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새 신발을 신고 온 것도 실수였다. 이번에 트래킹화를 새로 샀다. 나름 발에 잘 맞는 걸로 생각했는데 조금 작았다. 어느정도 발에 익숙한 신발을 신고 왔어야 했다. 어쩔 수 없다.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면 엉덩이가 아프듯이 오랜만에 걷게 되면 물집이 잡힌다. 굳은살이 올라와야 아프지 않다. 며칠간은 고생할 것 같다. 아직은 참을만 하다. 갈 수 있는데 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제주 올레길 3코스 : 온평 - 표선
총 길이 : A-20.9km B-14.4km
소요시간 : A-6-7시간 B-4~5시간
난이도 : A-상 B-하
3코스는 A, B 두 코스로 나뉜다. 섬 안쪽으로 들어가는 A 코스와 해안가를 따라서 걷는 B 코스이다. A 코스는 난이도가 높다. 코스 길이가 20km가 넘고 중간에 오름을 오르게 되어 있다. 나는 A코스를 선태했다. 왜냐하면 A코스 중간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와 부근에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올레길을 걷는 수요일에는 갤러리가 휴관일이다.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는 김영갑 갤러리로 정하고 내일 아침에 들러서 보기로 했다.
귤 겁나 버린다. 아까워라.
조금씩 오던 비가 꽤 내리기 시작했다. 잠깐 쉬어간다. 오전에 받은 귤도 좀 까먹었다.
마냥 쉴 수는 없다. 날이 흐려서 금방 어두워 질 것 같다. 우산을 쓰고 걷자.
올레길 3코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는 바로 통오름이다. 높지 않지만 전망이 트였다. 막바지 억새를 옆에 두고 걷고 있으면 제주도를 한 껏 느낄 수 있다. 왠지 모를 감동도 느껴진다. 오름이 너무 좋다.
다리와 발바닥이 점점 아파왔다. 아픈데 비도 와서 힘들었다. 오늘 목적지인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까지는 억지로 걸었다. 김영갑 갤러리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를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오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남는다. 괜히 아까운 마음에 근처에 있는 섭지코지에 들렀다. 아픈 것 보다 제주도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겨울 섭지 코지의 모습
아픈 다리를 끌고 간 것 치고는 섭지코지는 별로였다. 비수기라 봄을 대비해서 여기저기 공사중인 곳이 많았다. 날이 풀려 꽃이 피면 예쁘겠지만 겨울의 섭지코지는 황량했다. 사람들은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더 예쁜 풍경을 충분히 보았다.
피곤했다. 꽤 많이 걸었다. 불편한 다리로 25km를 넘게 걸었다. 비도 내려서 몸이 으슬으슬했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동네를 좀 돌다보니 유독 아저씨들이 많은 국밥집이 보인다. 딱봐도 현지인 맛집이다. 머리국밥을 시켰다.
머리국밥 (7,000원). 뜨끈뜨끈 존맛.
머리국밥은 서울과는 스타일이 조금 달랐지만 나름의 맛이 좋다. 무엇보다 먹어도 줄지 않는 고기 양을 자랑한다. 부추가 많이 들어가서 향이 좋다. 돼지 냄새도 적어서 깔끔하다. 우연찮게 맛집을 찾게 되서 기분이 좋다.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왔다. 씻고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치킨을 먹으며 얘기를 했다. 매일 저녁 소박한 파티가 열린다. 저녁시간에 여행객들과 이야기 하는 건 게스트 하우스만의 큰 매력 중 하나다. 특별히 게스트하우스에서 키우는 앵무새님이 함께 해주셨다.
관련글 : 올레길 전체 일정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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